줄 긋지 마라 - 호박꽃도 꽃입니다

흔히 얼굴이 못생긴 사람을 호박꽃이라 합니다.

하지만 호박꽃은 우리가 빗대는 것처럼 추한 모습이 아닙니다. 얼핏 지나치지 않고 걸음을 멈추어 가만히 바라보면 샛노란 원색의 색감과 커다란 통꽃으로 이루어진 모습은 다른 꽃에서는 볼 수 없는 넉넉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골 중년 아낙의 매무새처럼 구수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할까요?

 

 

열대 및 남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또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도입하여 재배한 호박.
호박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핍니다.
수꽃은 원줄기에서 길게 꽃대를 낸 후 그 위에 달리며 꽃 안쪽 중심에 수술이 돋아있는 반면 암꽃은 원줄기에 붙어서 피는데 꽃 밑둥에 탁구공만한 호박씨방을 달고 있습니다.
물론 꽃 안쪽에는 긴 수술이 달리지 않고 작고 펑퍼짐한 암술이 돌기처럼 돋아 있는데, 수꽃을 거쳐 꽃가루(수분)를 몸에 묻힌 벌이 암꽃에 들어가 수정을 시키게 됩니다.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호박암꽃은 호박씨방과 함께 떨어져 버립니다.

 


호박꽃은 벌레에 물렸거나 상처가 난 곳에 문질러 치료하는 약효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입니까?

호박잎은 밥 지을 때 같이 넣어 쪄서 쌈을 싸먹는 여름철 민가의 대표적 음식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주변에서 자라며 인간을 이롭게 하는 호박에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가지는 인간이야 말로 아름답지 않은 존재이겠지요.

 


호박씨 깐다구요?

 

뒷말로 음흉한 속셈을 꾀하는 것에 빗대는 호박씨,
노랗게 영근 호박을 따서 칼로 가르면 호박의 빈속에 호박씨들이 노랗게 부드러운 실밥에 쌓여 달려있습니다.

이 씨들을 모아 양지바른 곳에 펴서 널어 가을햇빛에 선선히 말립니다.
이렇게 말려진 호박씨는 뒷해의 호박묘종으로 보관되기도 하지만 어린이, 임산부,허약자의 조충,구제약으로 사용되며 산모가 젖이 나지 않을 때 먹기도 합니다.
호박씨를 많이 까면 깔수록 민가의 생활은 넉넉해집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

 

어려운 시절, 민가의 대표적인 구황식물이기도 했던 호박꽃의 결실인 호박은 위장 약한 사람, 회복기 환자, 부기가 있는 산모에게 훌륭한 건강식이 됩니다. 요즘 들어 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여러 음식으로 개발되기도 합니다.

이뇨작용과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는 수박,
하지만 호박은 꽃과 잎, 열매까지 민간약제로, 어려운 시절 백성들의 주린 배를 훌륭히 채워주는 구황식물로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그 덕을 배반한 채 어리석은 생각만 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호박氏!

줄 그어서 수박 될 필요 없습니다.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꽃이며 우리 낮은 곳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훌륭한 역할이기에 말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 들려드립니다.


 호박꽃

 

 아이를 많이 낳아 키워서
 더욱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엄마 같은 꽃

 

 까다롭지 않아 친구가 많은 게야
 웬만한 근심 걱정은
 다 묻어 버린 게야
 호들갑을 떨지 않고서도
 기쁨을 노래할 줄 아는 꽃

 

 사랑의 꿀 가득 담고
 어디든지 뻗어가는
 노오란 평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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