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로 여름을 불태운다 - 나리

어릴 때, 먹을 것 귀하고 놀이시설이 있던 것도 아닌 시절에는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과 같이 들과 바다로 뛰어나가 노는 일이 다반이었습니다.

 

쏠쏠한 군것질거리 푼돈을 만들어 주었던 지네를 잡는 일하며,

논주위로 흐르는 개울물에서는 보리밥알을 미끼로 하여 피라미류를 낚아 올리기도 하고 바다에서는 고매기라 불리는 고동을 잡는 일은 어린 날 추억의 대부분입니다.

 

어느 여름날, 놂에 지쳐 몸에 든 허기를 캐어낸 칡뿌리로 달래다 만난 붉은 빛이 도는 키다리 들꽃.

들녘에 자리한 무덤가에 홀로 피어있던 꽃은 그 나이의 제 키와 얼추 비슷하였고 검은 깨알반점이 촘촘히 박힌 붉은 꽃잎을 뒤로 한껏 말고

수술을 길게 내민 도도하고 정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땅나리 - 중부이남의 산에서 자라며 적황색 꽃이 땅을 향해 피는데 꽃잎이 뒤로 심하게 말린 모습입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알아낸 이름은 참나리,
그 모습에 마음 온전히 이끌렸던 탓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의 모든 책에는 어김없는 ‘참나리’라는 사인이 들어있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쌓여 맞이하는 여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산과 들에는 나리꽃들이 한창입니다.

6월 장마 빗줄기 속에서 하늘나리를 시작으로 7,8월이 되면 어린날 기억속의 참나리를 비롯하여 수많은 나리꽃들이 일제히 꽃을 피워 올립니다.
황색,분홍색,황적색 등의 색깔로 꽃잎을 뒤로 한껏 말아 올려 한여름 정열을 뽐내는 나리꽃은 전세계적으로 100 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12종이 자생합니다.

 

나리꽃은 꽃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잎의 돋음새, 크기, 몸에 난 털의 유무 ,꽃의 색깔 등으로 종의 구별을 삼습니다.

 

꽃이 땅을 향하고 있으면 나리나 땅나리,

하늘을 향하고 있으면 하늘나리,

옆을 보면서 피면 중나리로 구분하고,

잎이 어긋나기로 돋아있으면 나리,

잎이 돌려나기로 나있는 말나리로 나뉘어 불립니다.

 

                                           △하늘말나리 - 꽃이 하늘을 향해피고 잎이 돌려나기로 돋아 하늘말나리라 불립니다.

                                                                산의 풀밭이나 숲가에 자라며 꽃잎 안쪽에는 짙은 자주색 반점이 있습니다

 

이 구분법들은 서로 혼합되어 세분화된 종을 구별하는데

예를 들어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잎이 돌려나기로 나있으면 하늘말나리,

꽃이 옆을 향해서 피고 줄기에 털이 나있으면 털중나리,

솔잎처럼 가는 잎이 어긋나기로 달려 있으면 솔나리가 됩니다.

 

나리 중에 대표라 할 수 있는 참나리는 꽃이 땅을 향하고 꽃잎에 흑색의 검은 반점이 깨알처럼 박혀있는 모습으로 구별하는데,

특히 잎사귀가 줄기에 맞붙는 곳에 흑자색의 둥근 살눈이 있어 다른 종과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 땅나리는 작지만 도도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리꽃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서양에서 원예종으로 개량을 시켰는데, 이게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백합(릴리)입니다.

원예종 모든 꽃들이 야생의 들꽃을 인간에 취향에 맞게끔 가꿔져 화사함이나 향기가 더욱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 나리꽃만큼은 백합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그만의 아름다움이 남아있습니다.

 

여름 숲 속 난을 찾아 떠난 길에서 만난 땅나리,
백합은 정녕 흉내 내지 못할, 작으면서도 도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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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찌바라기
    2015.04.29 15:01 신고

    이 나리꽃도 안지기가 좋아하는 꽃의 하나입니다.
    심지어 장모님까지~
    그런이유로 처가집과 우리집 화분에는 해마다 나리꽃이.^^

    • 2015.04.29 15:37 신고

      나리꽃, 예쁘지요..
      저 꽃을 원종으로 해서 서양에서 백합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나리꽃 구근이라 하는 양파같이 생긴 뿌리 있잖습니까?
      멧돼지가 그것을 파먹을려고 땅을 파대면 잘잘하게 스스로 쪼개져버립니다. 자폭하는 것이죠. 산짐승에게 먹히느니 스스로 해체해버리는.. 역시 도도한 나리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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